강지 : ...가라 두 번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그 말 꼭 지켜야 할 것이다...
전투는 끝이 났다.
상처 입은 용은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고 떠났다.
침묵 속에 조용히 훌쩍이는 유니의 목소리만이 들려왔다.
어쩌다가 이렇게 된 것일까
다른 방법은 없었을까
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
지금 와서는 알 방도가 없었다.
단지 칸나의 흔적처럼 남겨진 수많은 얼음 동상들만이 차가운 냉기를 뿜어내고 있을 뿐
그녀가 돌아오지 않는다면 이들은 영원히 얼음 기둥에 갇힌 채로 이곳에 존재할 것이다.
아니, 다른 누군가가 그들의 마음을 녹여준다면... 그들의 빙결 또한 해결할 수 있을지도 몰랐다.
고개를 돌려 유니 쪽을 슬쩍 쳐다보자 유니는 여전히 주저앉아 조용히 눈물을 흘리고 있을 뿐
'아직 유니에게는 이른가...'
자신의 마음의 상처도 치유하지 못한 유니에게 있어서 이 '빙결'을 치유하기에는 짐이 무거울 것이다.
'그럼 누가 있지...리제인가...아니면...쵸나인가...'
머리가 복잡하다.
아무 생각도 하고 싶지 않다.
하지만 그럴 수도 없는게 나는 사장(리더)이다.
내가 무너지면 나를 믿고 따르는, 내 등을 보고 있는 모두가 무너지게 된다.
이를 악물고, 분노를 삭이듯이 주먹을 꽉 쥐었다.
두 번 다시 그 날의 악몽이 재연되어서는 안된다.
악몽 처럼 떠오르는 유메 퍼센트의 기억을 떨쳐내듯이 고개를 저었다.
강해져야 한다.
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웃어야 된다.
그 누구도 눈치채지 못하게, 가면을 쓴다.
나는 더 이상 눈물을 흘리던 그 어린 날의 소녀가 아니다.
나는 강해졌고, 이 시련 또한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.
그렇게 되뇌면서 와중에도
살을 에는 듯한 차가운 냉기는 강지의 마음을 타들어 가게 하고 있었다.